[과학에세이] 인공지능의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매년 10월이 되면 전 세계의 이목이 북유럽으로 향한다.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의 노벨상 시상식 2개월 전에 발표하는 수상자 발표 때문이다. ‘국적에 상관없이 인류에 위대한 기여를 한 이’에게 상을 주라고 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선정된 수상자의 업적은 연구의 질적 수준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 파급효과가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그래서 과학 분야의 수상자들은 핵심 연구를 시작한 지 평균 32년이 지난 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연구 결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파급효과가 인류 발전에 공헌한 결과가 증명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상 중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 물리학상과 화학상의 주인공은 인공지능(AI)이었다. 물리학상은 ‘인공신경망을 통한 기계학습을 가능케 한 기초적인 발견을 한’ 두 명의 과학자가, 화학상은 ‘단백질의 구조 예측과 설계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 낸’ 한 명의 과학자와 두 명의 인공지능 개발자가 공동 수상했다.

물리학상은 바둑AI 알파고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이제는 GPT와 같은 생성형AI로 우리의 생활 영역까지 접근해 온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의 중심인 딥러닝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화학상은 과학자가 개발한 단백질 예측,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기술적인 핵심이지만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이 기술을 알파폴드2라는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약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 전 세계 200만 명 이상의 연구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엄청난 연구비용과 기간을 단축시킨 공로가 더 크게 인정받았다.

이와 같이 올해 노벨상에 인공지능 분야의 수상자가 선정되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수상자 선정이 과학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인정한 결과지만 그동안 기초과학 중심이었던 노벨상을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다수 수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과이며, 향후 과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의 신뢰성을 부여해 순수과학 경계의 해제와 융합 등 연구에 미치게 될 또 다른 영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 발전에 기여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이며 인공지능의 대부라 불리는 제프리 에베레스트 힌튼 교수는 작년 5월, 10년 넘게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구글을 떠나면서 “인공지능이 세상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세상과 자유롭게 나누기 위해서”라며 인공지능이 인류에 미칠 위험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인공지능에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목표를 부여할 경우 인류 배제와 같은 인간에게 나쁜 결론을 낼 수도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위협에 대해 기후변화보다 더 시급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미래에 대한 영향은 속단할 수 없다. 만일 인공지능에 의해 인류 발전이 저해된다면 이번 노벨상 수상자 선정은 노벨의 유언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 발전의 이면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 중 딥페이크 기술은 보이스피싱, 불법 영상물과 같은 많은 범죄의 도구가 되고 있으며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은 표절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또 거대 인공지능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을 위해 엄청난 양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고 있다. 이를 다시 보면 인공지능 생산자의 탓이 아니라 인공지능 소비자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인류는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방지하고 인류 발전의 도구로 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지만 사용자 스스로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의존도를 줄이고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내가 사용하는 인공지능의 결과물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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