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다른 한편도 보자

대학원 시절 안광이 지배를 철할 듯 강렬한 눈빛으로 열정적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과 논리 정연함에 경건함마저 들게 한 또 다른 교수님을 두고 감히 지도교수를 어느 분으로 선택할지를 고민한 적이 있다. 세월이 꽤 흐른 지금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일말의 후회와 미련이 없을 리 만무하다.

모든 선택은 포기를 수반한다. 경제 정책의 경우 포기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선택을 통한 편익보다 커지게 되면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선택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선택의 영향을 받는 대상이 바로 국민이고 정책 결과에 따라 국가 경제 경쟁력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제 정책의 효과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부정적 효과와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고민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침체된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더 빠른 시기에 금리 인하가 필요했지만 불안 요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물가와 수도권의 부동산 급등과 같은 문제를 고려해서 인하 시기를 10월로 결정한 것이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라고 칭한다. 경제 정책 선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하나의 일화가 양손잡이 경제학자이다. 뼛속까지 정치인인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한편으로는 이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저러하다 라며 정책 장단점을 같이 거론하는 경제학자들을 양손잡이 경제학자라며 못마땅해했다는 것이다.

완전한 시장경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개입을 통한 경제 정책 결정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긍정적 측면에 경도된 한손잡이 관점의 경제 정책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정치 영역에서는 확실한 지지를 보내는 특정 집단이나 계층, 심지어 특정 지역을 위한 경제 정책이 우선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요 선거에서는 득표 확장성을 위해 포퓰리즘(populism)도 모자라 정책의 실현 가능성조차 고려하지 않은 세칭 ‘표퓰리즘’이 거세진다. 그리고 집권한 정부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경제 정책 기조가 변화돼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기존 경제 정책조차 바뀌거나 폐기되는 경우도 수월찮게 목도해 왔다. 이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유한한 자원의 최적 배분을 저해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문제를 야기한다. 경제 정책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자기가 선호하는 경제 정책을 표방하는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가 강해지고 국민은 가치와 이념에 따라 분열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어 치러야 하는 비용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경제 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양손잡이 경제학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개인 가치를 우선하지 말고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가치가 대립되는 경우에도 조화와 균형을 통한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 비견한 예로 보수가 강조하는 시장경제 원리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라도 진보가 요구하는 사회안전망과 복지시스템 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효율과 형평, 성장과 분배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지만 이를 정책에 조화롭게 녹여낼 여지는 있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 정책 선택의 문제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하지 못한 경제 변수의 출현 빈도는 증가할 것이 자명하다. 대외경제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글로벌 경제 규범의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만큼 경제 정책 결정에 고려해야 할 측면이 많아지게 된다.

경제 정책 선택의 결과 편익의 극대화는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앞에서 언급한 조화와 균형에 기반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양손잡이 경제학자들이 숙고 끝에 내놓은 경제 정책을 포용할 수 있는 양손잡이 정치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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