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돋은 껍데기 안에 2~5개의 알맹이가 소담스럽게 들어 있는 열매가 있다. 맛이 좋고 영양도 풍부해 생으로도 즐겨 먹는 ‘밤’이다. 그런데 밤은 하얀 알맹이뿐만 아니라 갈색의 딱딱한 껍질과 알맹이 사이의 속껍질인 ‘율피’에도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다. 장 건강에 좋고 얼굴의 주름도 없애준다는 율피의 효능을 알아보자.
◆노화 방지와 주름 개선 탁월…율피팩 인기=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율피에 함유된 ‘탄닌’ 성분은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주름을 개선한다.
탄닌은 먹었을 때 떨떠름한 맛을 내는 것으로,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를 예방하고 면역력을 증진한다. 또 항균 작용도 뛰어나 얼굴에 여드름이 나는 것을 막고 피지 생성을 줄여 모공 축소에 도움을 준다.
조선시대 의서인 ‘동의보감’에도 ‘율피를 찧어 꿀과 섞어 얼굴에 바르면 피부를 팽팽하게 해 노인 얼굴의 주름을 펼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런 효능은 율피를 활용한 에센스, 마스크팩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율피팩은 율피가루로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율피의 효능이 알려지며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공과 주름을 없애는 방법의 하나로 ‘천연 율피팩’을 소개하고 있다.
율피팩은 율피가루에 꿀을 1~2숟가락 넣고 흘러내리지 않을 만큼 물을 약간 섞으면 된다. 여기에 미백에 좋은 율무가루 혹은 쌀가루를 섞거나 보습을 위해 우유를 넣기도 한다. 세안 후 깨끗한 피부에 율피팩을 바르고 15분 정도 후에 씻어내면 된다.
수시로 율피팩을 한다는 직장인 김모씨(41)는 “냉장고에 항상 율피가루가 있다”며 “SNS에서 모공 축소와 주름 개선에 효과가 좋다는 걸 보고 율피팩을 하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피부가 매끈해졌다고 하더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장염 예방과 치료에 탁월…율피차와 율피떡=‘동의보감’은 ‘율피가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율피의 이런 효능은 연구 결과로도 밝혀졌다.
김태원 충남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장염을 유발시킨 실험용 쥐에 20% 율피 추출물의 유효성분을 투여했더니 장 위축현상이 11%가량 감소했다. 이는 율피가 장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밤의 주산지인 충남 공주시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율피 유효성분을 장염 예방·개선·치료용 조성물로 특허받은 상태다.
율피를 활용한 음식은 율피차와 율피떡 등이 있다. 율피차는 율피를 뜨거운 물에 우려된 뒤 물처럼 마시는 방식이다. 율피의 탄닌 성분 때문에 떫은맛이 나서 불쾌하다면 꿀을 약간 섞어서 마셔도 좋다.
율피떡은 율피와 찹쌀가루를 섞어 만든 피에 팥, 밤 등의 앙금을 넣어 만든다. 달지 않고 담백한 맛에 ‘웰빙 떡’으로 알려져 있다. 은은하게 나는 밤 향과 쫄깃한 식감이 특징인 율피떡은 네이버쇼핑,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밤에 관한 꿀팁=밤을 고를 때는 알이 굵고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또 껍질이 깨끗하고 구멍이 없어야 한다.
그렇다면 구매한 밤을 오래 두고 먹으려면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한국임업진흥원에 따르면 밤을 먼저 물로 씻어 이물질을 제거한 후 소금물에 1시간 담가두면 좋다. 소금물에 뜨는 밤은 이미 벌레가 먹거나 썩은 밤이기 때문에 건져낸다.
1시간 후에는 밤을 소금물에서 건져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그늘진 곳에서 말려준다. 말린 밤은 비닐봉지 등에 담아 냉장보관하면 되는데, 이때 밤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구멍을 뚫거나 신문지, 키친타월 등으로 싸면 좋다. 더 오래 두고 먹고 싶다면 밤을 삶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