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21일 “김 여사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고 증언했다. 관련 의혹에 대한 녹취도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는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를 위한 맞춤형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강씨의 증언대로 명씨가 이 과정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의혹 차원에서 남는다. 공천 대가성 역시 명씨와 강씨 간 대화로 이뤄진 ‘전언(傳言)‘인 만큼, 이를 둘러싼 명씨의 입장 표명에 따라 사실 관계는 또 다시 달라질 수 있다.
명씨는 이날 강씨의 주장에 대해 국정감사 직전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한 차례 반박했을 뿐 국감 이후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선·경선 기간 윤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조사 비용을 받지 못했고, 이에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발휘해 추후 김 전 의원의 세비 일부를 받았다는 것이 강씨 증언의 골자다.
강씨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 대선 기간 윤 대통령(당시 후보)을 위해 81차례 공표·미공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소요된 비용은 약 3억7500여만원이다. 하지만 명씨는 이 비용을 윤 대통령 부부로부터 받아오지 못했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김 전 의원의 세비 일부(9600만원)로 챙겼다는 것.
강씨는 “김 여사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과 윤상현 공관위원장과 힘을 합쳐 경남 창원 의창(김 전 의원의 지역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별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명씨로부터) 보고받고 있었기 때문에 돈을 챙겨주려고 한다고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김 전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일부 부인하는 듯한 녹취록도 이날 공개됐다.
강씨는 5월 2일 오후 3시 31분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본부장(명태균씨)님은 우리가 대선 여론조사 이래저래 해 가지고 의원님(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 이렇게 말씀하시거든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내가 이제 그거에 영향을 받아서 공천을 받기는 했는데 그게 근데 나랑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거는 아니야"라고 말한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 “명 본부장이 (여론조사를) 해서 내가 도움을 받은, 그런 영향을 받은 거는 맞지만 그거는 내가 그냥 도움 받은 걸로 감사해야 되지"라고 덧붙였다.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자신이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또 김 전 의원은 명씨가 되돌려줘야 할 자금도 대신 갚았다고 했다. 명씨는 2022년 6월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에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 후보 2명에게서 1억2000만원을 받았지만 공천이 불발돼 돌려줘야 했는데, 김 전 의원이 선거 보전금 등으로 대신 갚았다는 것.
이 밖에 강씨는 명씨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와도 여론조사 거래를 해왔다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명씨와 거래했던 25명의 정치인 중에 광역단체장도 포함돼 있냐"고 묻자 강씨는 “있다. (명씨가) 오세훈 시장 일을 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강씨는 또 “박완수 경남도지사의 공천도 (명씨) 본인이 받아왔다고 주변에 얘기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하는 숫자로 만드는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하신 적이 있느냐"는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질의에 “윤 대통령 관련해서도 있다. 제가 알기로 2~3건 정도"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2% 더 나오게 해야 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떻게 조작이 됐다는 것이냐"고 추가로 묻자, 강씨는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20·30대 응답률을 곱하기로 해서 더 올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2% 더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는 명씨가 여론조사 표본을 부풀려 가공한 것이라는 것. 공직선거법 제108조는 “해당 조사대상의 전 계층을 대표할 수 있도록 피조사자를 선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앞서 이날 공개된 명씨와 강씨 간 2021년 9월 29일 녹취에서 명씨는 “스톱하고,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춰갖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해갖고 한 2천개 만드이소"라고 말한다. 이어 “(600개가량 조사하는 데) 돈 얼마 들어갔느냐"고 묻고, 강씨는 “40만원 정도 들어갔다"고 답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미공개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됐느냐"고 묻자 “보고됐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말끝을 흐렸다.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여론조사 자료들에 대해서는 검찰에 압수된 명씨의 휴대전화와 PC에 “다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명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만 2천 장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강씨는 해당 메시지를 직접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 어떤 공적·사적 대화가 오갔는지는 명씨만 알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명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 “걔(강씨)가 대통령한테 (여론조사) 갖다준다고 그거 해달라고 했다며. 근데 왜 여사로 바뀌었을까?“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강씨는 최근 공개된 일명 김 여사의 ‘오빠 메시지’에 대해서도 “명씨와 김 여사의 친오빠가 소통을 잘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아서 (오빠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으로 이해했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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