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등학교 때 친구 세 명과 2박3일로 여수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모두 고향이 강원도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쭉 서울에서 살아온 탓에, 남부지방에서만 보거나 느낄 수 있는 생경한 정취를 굳이 꼭 집어내 이야기하는 것이 여행 내내 하나의 놀이가 됐다.
한 친구는 유람선을 타고 여수 반도를 바라보며 “맨날 탁 트인 동해 수평선만 봤는데, 여기는 시야에 섬이 걸리는 게 신기하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친구는 낙지 전골을 호로록 들이켜며 “낙지를 이렇게 한 번에 많이 먹어보는 건 처음이야”라고 했다. 여수 밤바다가 선사한 말랑한 기분에 취해 함께 숙소로 돌아오는 길. 어두운 골목길에서 노란 가로등 불빛을 반사하는 반들반들한 잎을 본 내가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여기에는 먼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네. 나 먼나무를 가로수로 심어둔 거 처음 봐.”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