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자갈이 깔린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물감을 칠한 헤라클레스가 관객을 맞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성경 속 일곱 가지 죄악이 거대한 캔버스 위에 재현된다. 그리스 신화와 성경 속 세계가 대전에 펼쳐졌다. 대전 헤레디움에서 열린 마르쿠스 뤼페르츠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에서다.
뤼페르츠는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인 작업을 펼친다. 작품에 특별한 메시지나 의미를 담기보다 색감, 질감, 구상 등 회화 그 자체에 집중한다. 1990년대 동시대 독일 작가들이 조각에 몰두할 때도 회화만 파고든 외골수로 잘 알려졌다. 그가 국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관객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84세인 그는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직접 독일에서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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