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사람을 돌보는 일의 가치

결국 찾아내 강제출국시켰다.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선발되어 지난 8월 한국에 왔던 필리핀 노동자 2명이 숙소를 떠난 것은 지난달 15일이었다. 한 달 동안 교육을 받고 개별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을 시작한 지 2주가 막 지났을 때였다.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쳤다는 서울시 설명대로 가사업무 관련 국가공인 자격증을 가지고, 한국어시험과 영어면접까지 통과한 실력 있는 노동자였다. 이런 노동자가 단기간에 일터를 떠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갔다면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도망간 사람을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지만 그런 노력은커녕 언론에 접촉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며 입단속하기 바빴다.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민특수수사대’가 ‘추적 검거’해 ‘강제출국’시켰다는 언론보도를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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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재판관 선출 지연과 헌정 시스템의 실패

8월 말, 재판관 선출·배분에 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때 약간 불안했다. 9월 말까지 청문회 일정이 들리지 않았어도 ‘잘 해결되겠지’ 하며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10월17일 임기만료에도 후보자조차 미확정인 상황을 목도하니, 국회는 재판관 3인이 18일자로 임명되도록 ‘선출하지 아니할 결심’을 하고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물인 현행 헌법은 국민적 염원이던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헌법재판소를 설립했다. 헌법재판을 통해 공권력 행사에 형식적 합법성과 실질적 정당성을 요구함으로써, 장식 헌법에서 벗어나 현행 헌법에 규범력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또 헌법재판은 극단적 투쟁 이전에 정치적 갈등을 헌정질서 안에서 해소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므로, 입법·행정·사법권에 재판관 3인의 선출·임명·지명권을 부여함으로써 재판소 구성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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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명심탐구]‘빚’에 중독된 시대

나랏빚과 가계빚이 3000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조’라는 단위도 상상이 잘 안 되는데 거기에 또 3000이 붙으니 흡사 ‘신화적 상징기호’처럼 느껴진다. 아닌 게 아니라 빚은 도처에 퍼져 있다. 부자는 부자라서 서민은 서민이라서, 청년은 청년대로 중년은 또 중년대로. 결국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물적 토대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뜻인데, 생각만으로도 왠지 서글퍼진다.

빚이란 무엇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빚에 담긴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래를 당겨 쓰는 것. 다시 말해 현재의 역량으론 실현 불가능한 물질적 혜택을 ‘지금 당장’ 누리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다. 다른 하나는 타인의 몫을 점유하는 것. 질량불변의 법칙상 내가 필요 이상으로 무언가를 누린다면 누군가는 그만큼 빼앗길 수밖에 없다. 전자가 시간적 엇박자를 의미한다면, 후자는 관계의 어깃장에 해당한다. 둘 다 삶에 치명적이다. 먼저 미래를 끌어다 살게 되면 시선이 늘 ‘저 먼 곳에’ 가 있게 된다. ‘지금 여기’의 현장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그래서인가. 채무자들 가운데 빚을 차근차근 갚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계속 돌려막기를 하거나 아니면 그저 한방에! 해결되기만을 고대한다. 또 타인의 몫을 가로채는 데 길들여지면 타자와의 교감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부채 콤플렉스’가 신체를 잠식하기 때문이다. 이때 나타나는 병적 증상이 바로 허언증 혹은 거짓말이다. 빚을 돌려막기하다 보면 말도 계속 ‘돌려막게’ 되고, 그것이 야기하는 혐오감은 주변관계를 다 초토화시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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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성소수자가 먹고살아 가는 모습들

지난 수요일 재·보궐선거를 위해 투표장을 찾았다. 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니 담당자가 선거인명부 대조 전표를 주면서 투표장 안으로 들어가라고 안내를 했다. 전표에는 등재번호와 함께 이름, 성별을 적도록 되어 있었고 내가 받은 전표에는 성별란에 ‘여’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표를 들고 투표장에서 다시 한 번 선거인명부와 대조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보니 이름과 성별을 적게 되어 있는 선거인명부에는 내 이름 옆에 ‘남’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조 전표의 성별과 명부의 성별이 다른 상황, 혹시 추가적인 확인 절차를 요구받거나 안 좋은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잠시 긴장하던 순간, 문제없이 투표용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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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노벨 문학상의 너머

지난 10일 밤 이후, 한강 작가의 벼락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고 있다. 사실 우리에게나 벼락같은 소식이었지, 스웨덴에서는 이미 한강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확실히 아시아 최초 여성 작가니, 대한민국 최초니 하는 수식어들은 대한민국의 공기를 마취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전제 없이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드린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리 단순하지 않은 이 열기가 무엇인지도, 열기가 가라앉은 다음에 짚어볼 문제인 것 같다. 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우리에게 무얼 묻고 있으며 노벨 문학상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문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숙고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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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한국이 만든 가난

에펠탑 사진을 찍기에 좋은 명소로 알려진 프랑스 파리의 트로카데로 광장 한쪽에는 ‘절대빈곤 퇴치 운동 기념비’가 있다. 1987년 10월17일 이곳에 운집한 10만명이 빈곤은 단지 결핍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권리의 침해임을 선언하며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5년이 지난 1992년, 유엔은 이날을 ‘빈곤 퇴치의 날’로 정했다.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갱신하며 살고 있지만 빈곤과 불평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성장이 모두의 풍요를 가져올 것이라는 약속은 깨진 지 오래고, 불평등의 골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전후 극심한 빈곤을 겪던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외환위기 등과 같은 경제위기가 없더라도 약 15% 내외의 빈곤을 꾸준히 발생시키는 사회가 되었다. 최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8.4%에서 2021년 11.7%로 증가했고, 상위 20%와 하위 20%의 부동산 자산 배율은 2011년 77배에서 2022년 141배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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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세상]철학동화

어른들도 읽는 철학동화가 인기를 얻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만든 노래가 덩달아 히트하기도 했다. 배철수가 이끄는 활주로의 노래 ‘이 빠진 동그라미’도 그중 하나다.

“한 조각을 잃어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 슬픔에 찬 동그라미 잃어버린 조각 찾아/ 떼굴떼굴 길 떠나네/ 어떤 날은 햇살 아래 어떤 날은 소나기로/ 어떤 날은 꽁꽁 얼다 길옆에서 잠깐 쉬고/ 에야디야 굴러가네.”

이 노래는 미국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셸 실버스타인의 동화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사진)을 보고 라원주가 개사, 작곡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도 유명한 실버스타인은 시적인 문장과 번뜩이는 해학을 담은 철학동화로 스테디셀러 작가로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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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문화도시’ 국회토론회

‘문화도시 정책 지속과 확장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오늘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열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전재수 국회의원과 전국문화도시협의회가 주최한다. 전재수 국회의원, 육동한 춘천시장, 김태만 부산 영도구 문화도시추진위원회 위원장(한국해양대 교수)이 개회사와 인사말을 하고 다양한 전문가가 발제·토론한다.

먼저 ‘문화도시 정책의 의미와 인증제 필요성’(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 ‘지속 가능 문화도시를 위한 법 개정과 정책 방안’(장세길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표가 있다. 토론은 다음과 같다. ‘문화도시 정책 지속의 중요성’(김성란 청주시 문화예술과장) ‘지역 소멸시대 청년 정주환경에서 문화도시의 역할’(유동주 머니투데이 문화팀장) ‘미래 지역 경제 및 산업의 변화에서 문화의 중요성’(유승호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 ‘문화 주도 지역발전 허브로 문화도시센터 제도화’(이광준 제주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장). 이 토론회는 전국문화도시협의회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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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청소년 법교육의 필요성과 개선 방향

지난 10월 19일 부산에서는 부산지방변호사회와 일본 후쿠오카변호사회 간 정례교류회가 진행되었다. 이번 교류회에서는 양국의 청소년의 법교육 실태와 현황에 관한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었고, 향후 청소년 법교육 제도와 관련해 개선 방향과 양국의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가 있었다.

법은 사회질서 유지와 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중요한 기틀이다. 하지만 현재 정규교육 과정에서 청소년에게 제공되는 법에 관한 교육은 그 깊이와 실질적 적용 면에서 부족함을 보인다. 실생활과 동떨어진 추상적 이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학교 교육만으로는 법이 가지는 의미를 본인의 수준과 상황에서 온전히 체감하기 어렵다. 결국 이들은 법에 관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러한 법교육의 한계로 청소년 범죄의 예방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 범법 행위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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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worry. I am still in charge’

Park Won-gonThe author is a professor of North Korea studies at Ewha Womans University. The North Korean collapse theory is surfacing again. If North Korea crumbles, it means the collapse of the Kim Jong-un regime or the fall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itself. The regime will collapse when the Baekdu bloodline rule maintained by the Kim dynasty ends and a new leader or political system emerges. The DPRK will fall apart if the communist regime transitions to a liberal democracy. In that case, the possibility of unification will also g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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