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읽는 태도는 읽는 사람을 바꾼다

읽는 태도는 읽는 사람을 바꾼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열흘도 되기 전에 한강 작품이 100만부 이상 팔렸다. 서점에 하루 10만부씩 주문이 들어온다는 말을 들었다.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서 10위까지 모두 한강 작품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한 해 한 권 이상 책을 읽는 독자가 40%에 불과한 나라에서 그야말로 기록적 독서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독서를 습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독서의 태도’에서 호주의 철학자 데이먼 영은 아무리 위대한 작가도 텍스트의 절반밖에 쓰지 못한다고 말한다. 독자가 없다면 어떤 책도 흑백의 글자가 가득 들어찬 네모난 사물일 뿐이다. 따라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일"이고 “페이지 너머에 존재하는 복잡한 앙상블"이며 “인쇄된 기호를 이야기로 변화시키는 마법”(보부아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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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익의 모서리] 스타 사용설명서

저연차 기자에게 중요한 ‘워딩을 잘 받아 치는 일’ 정도는 이제 인공지능(AI)에 시키는 게 더 정확하고 빠른 시대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AI 대신 기자가 직접 워딩을 받아 치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의 등장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뜬겁새로(뜬금없다의 하니식 표현)’ 나선 하니의 존재는 그 자체로 큰 화젯거리였다.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인기 스타의 등장에 정치부 소속이 아닌 기자들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에 접속했고, 유튜브 중계에도 팬들이 앞다퉈 몰렸다. 어쩌다 보니 하니의 옆이나 뒤에 앉은 이들은 ‘그림체’ 자체가 다르다며 본의 아닌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이에 있었던 갈등에 대해 질문하자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갈등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갸웃거리는 하니의 답변 장면은 연극적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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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미술래잡기] 노벨미술상이 있다면

지난 열흘간 대한민국은 한강, 한강, 한강이었다. 출판사와 인쇄소 직원들이 밤을 새워 책을 찍어낸다는 즐거운 투정이나 헌책방 주인들이 “왜 청계천에서 한강을 찾냐"고 농담을 했다는 이야기도 그저 달콤하게 들렸다. 마침 매일경제가 노벨상 수상 직전에 행한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저런 큰 상을 받는 부담에 대해 작가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설을 쓰고 있다 보면 부담을 잊게 된다"고 했으니, 다소 젊은 나이에 너무 큰 상을 받고도 흥분하지 않는 한강 작가는 의연하게 자기 자리에서 일상을 이어가고 있으리라.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작가의 작품을 번역이란 매개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문학작품 외에도 최근 세계적 관심을 받은 한국 작품에서 우리만 알아챌 수 있는 맛깔스러운 지점을 만날 때마다 유난히 재미있었다. ‘기생충’에서 “아들, 넌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감탄이 주던 어이없음, ‘오징어 게임’에서 선물 투자로 돈을 날린 친구에게 “아, 누구 선물을 얼마나 비싼 걸 산 거야"라고 질문하는 기훈의 순진함, BTS 노래 가사가 “우리는 아직 젊고 어려 걱정 붙들어 매"로 끝나는 문장이라 드러나는 패기.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만이, 한국어에 능통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런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볼 기회다. 이리저리 치이며 살아내야만 해서 급해지고 독해지고 영악해진 우리 삶을 자주 자조하지만 그런 모습조차 번역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바득바득 알고 싶어하는 이가 많은데, 우리는 이미 너무나 쉽게 좋은 문화를 누릴 수 있음을 고마워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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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오리배를 타고

꼭 이맘때의 일이었다. 친구가 전화를 해서는 불쑥 오리배를 타러 가자고 말했다. 오리배? 내가 묻자 친구는 잠시 뜸을 들이다 답했다. 지금 오리배를 타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아. 친구는 좀처럼 쓰지 않던 연차를 썼다고, 벌써 전철역 승강장에 서 있다고 했다. 천천히 준비하고 나오라는 친구의 말 뒤로 열차 도착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친구는 직장을 막 옮긴 참이었다. 이전에 일했던 곳은 견고한 시스템을 갖춘 업장이었으나 위계가 지나치게 분명하고 학벌을 따졌다. 새로운 곳은 분위기가 자유로운 대신 업무 분장이 확실치 않았다. 특별히 사이좋은 사람과 특별할 것도 없이 사이 나쁜 사람이 하나씩 있다고, 전자와는 결혼을 하고 싶고 후자와는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싶다고 친구는 말했다. 마음이 오락가락하겠구나 싶긴 했지만 난데없이 오리배라니. 한강도 배도 전부 싫어하는 나는 말 한마디 얹지 못한 채 오리배 선착장까지 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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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5 베이비뉴스] 유보통합, 일·가정양립 갈 길 먼데... 김건희·명태균 의혹으로 국감 초토화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국정감사에 보궐선거까지, 정치적 이슈가 뜨거웠던 한 주였습니다. ‘김건희 국감’인가, ‘명태균 국감’인가 모를 정도로, 대통령실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쏟아졌습니다. 온 사회가 김건희·명태균 의혹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이지만, 베이비뉴스는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의미가 있는 국감 이슈와 교육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10월의 세 번째 주간 뉴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1. “02세 돌봄·35세 교육 구분은 유아교육의 본질 간과한 것”

유아교육과 보육 관련 12개 학술·교육단체가 공동으로 유보통합 정책, 그 중에서도 특히 유보통합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영유아 통합 교사 자격의 일원화, 현직 교사의 통합교사 자격 취득 과정, 교사 양성 과정에서 대면 교육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포럼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통합교사의 자격이 05세로 일원화돼야 하는 이유로 ‘발달과 교육적 경험의 연속성과 연계성’이 언급되며 “영아기와 유아기를 02세, 3~5세로 구분하는 것은 인위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직 교사들이 통합교사 자격을 취득하는 데 있어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 또한 함께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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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김포시청의 그릇, 혹은 잔인함

‘김포시가 담기 부족해서 떠나는 듯···더 좋은 곳에서 번창하세요.’

지난해 말 경기 김포시청 청사 내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카페인 ‘달꿈’(달팽이의 꿈)이 시청의 계약 연장 불허로 문을 닫게 되자, 시 공무원이 달꿈 측에 남긴 글이다. 장애인 고용 카페의 가치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김포시의 그릇을 한탄하고, 더 번창할 ‘어떤 곳’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것이리라.

그러나 ‘그런 곳’은 없다. 달꿈 카페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파파스윌은 영업이 잘되던 시청점이 폐쇄된 후 새로운 카페를 열지 못했고, 손님이 적은 외진 김포 양촌의 달꿈 본점만 운영하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점에서 일하며 행복해하던 장애인들에겐 힘든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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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정치판의 ‘스톡홀름 신드롬’

(시사저널=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팬덤 지지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50여 명의 의원들이 의회정치와 정당정치를 나락으로 이끌고 있다. 그들은 의견을 달리하는 여야 의원들 속에서 합리적 토론을 이끌 수 없는 사람들이며, 협력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공격과 야유를 통해 일이 안 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정치를 정치답지 못하게 만드는 이들 소수의 거친 목소리 때문에 나머지 250명의 의원이 같은 존재로 경멸당하는 게 우리 국회의 현실이다.”

‘팬덤정치’에 대해 비판적인 정치학자 박상훈이 2023년 8월에 출간한 《혐오하는 민주주의: 팬덤 정치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에서 한 말이다. 사실 나는 지난 총선 때 정당들, 특히 민주당의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 파동을 지켜보면서 “정치인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수십 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았던 1인 보스 정치가 디지털혁명과 팬덤을 만나 부활하면서 다시 보스 정치의 졸로 전락한 정치인들의 처지가 너무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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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의 웃음이 가십일 수 없는 이유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최근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아이돌 뉴진스 멤버 팜 하니와 사진을 찍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화오션 측에서 곧바로 사과문을 냈으나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관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기업 경영인의 행동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특히 정 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나온 이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올해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5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이중 중대재해 사고만 3건이다. 이 사안은 산업 안전과 노동자 생명 보호라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를 환기시키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다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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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행안부·소방청 국감인데…정쟁에 가려 ʹ안전ʹ이 실종됐다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혈세가 투입된 (대통령) 관저 공사를 김건희 여사가 지인에게 불법으로 몰아줬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김건희 국정농단’으로 탄핵의 사유가 되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야당에서) 관저 증축이라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싸움을 자꾸 하겠다고 한다면 저는 문재인 정부의 관저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한 계약서 등 자료 공개를 모두 요청하겠습니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

지난 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이른바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온종일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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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부쳐] 세계 정상의 문화와 후진국 정치가 병존하는 2024년 한국

(시사저널=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국가생활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네 분야로 나눈다. 우리 헌법도 전문에서 이 네 가지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헌법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건국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헌법 전문은 헌법재판소의 판례대로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적 호력을 갖는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건국한 지 76년이 된 오늘날 이 헌법 전문의 실현 여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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