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디딤돌 걷어낸 정부

며칠 전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디딤돌이 막혔다고 했다. 12월 초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그는 디딤돌대출로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다. 한 달 전만 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은행에서 대출이 안 나올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정책대출인데 정부가 사전 공지나 설명 없이 막무가내로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 서민이 5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이용하는 대표적인 정부 정책대출이다. 알아보니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시중은행에 디딤돌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했다고 한다. 소액임차보증금 공제를 필수로 적용하고, 후취 담보로 진행되는 신규 아파트 디딤돌대출을 더 이상 취급하지 말라는 게 내용이었다. 생애최초주택 마련에 대해선 현재 담보대출비율(LTV) 80%를 70%로 낮춰 혜택을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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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오! 한강”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에 내리친 벼락 같은 축복이자,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온 한 개인의 일상이 빚어낸 ‘눈부신 문장’이다.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 속 주인공 영혜가 폭력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 되길 갈망했던 것처럼 한강은 소설 속에서 사회적 억압을 넘어서는 인간의 내면을 그려냈다. 그녀의 작품이 보여준 순수한 갈망은 작금의 삶에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야. 나무가 될 거야.” 영혜가 사회적 잣대를 거부하고 나무가 되고자 한 것은 자신만의 생을 깨닫고 이를 따르고자 하는 본능적인 갈망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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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연 칼럼] 중도상환 수수료 폐지가 마땅하다

가계 부채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최대 리스크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0.1%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유일하게 GDP를 웃돌았다. 이대로 방치하면 서민 파탄은 물론 금융 부실, 경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적 위협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 총량 규제’라는 극약 처방까지 들고나온 배경이다.

지난달 말 기준 예금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35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7000억원 증가했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증가폭은 전달보다 줄었지만,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하루 평균 3934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한국은행의 최근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어 낙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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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칼럼] 배달앱 수수료, 정부가 정할 일일까

한국은 왜 노벨상을 받지 못할까. 노벨상의 계절마다 우리가 던진 질문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경제학상도 한국과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와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국가 번영의 이유를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에서 찾았다.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원인으로 제도 차이를 들었다. 경제적 인센티브를 중시하고 공정한 경쟁을 인정한 ‘포용적 제도’가 남한의 번영을 이끌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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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7] 들여다보기와 엿듣기

말만 그럴듯하고 실제 행동이 없는 사람의 입놀림은 구두선(口頭禪), 전문성이 떨어져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이는 문외한(門外漢), 겉으로는 살랑거리며 웃지만 마음 바탕이 아주 냉혹한 인물은 소면호(笑面虎)….

입으로만 중얼거리는 데 그치는 참선, 영역 문밖에서 서성이거나 기웃거리는 정도에 불과한 사내, 이빨과 발톱을 갑자기 드러내는 흉포한 호랑이 등의 표현으로 생동감 넘치는 사람의 성정(性情)을 묘사한 중국 3자(字) 속어들이다.

그런 중국어 표현은 풍부하다. 허세 부리기의 주인공은 종이호랑이 지로호(紙老虎), 식견 짧은데도 아는 체만 해대는 우물 안 개구리 정저와(井底蛙), 환경에 따라 안색과 태도를 바꾸는 처세주의자 변색룡(變色龍)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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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길진균]선거는 끝났지만 잊어선 안 될 재보선 유발 책임자들

“잘못은 단체장이, 비용은 주민이”

선거법상 지자체장 선거는 해당 지자체 예산으로 치르게 돼 있다. 재·보선도 마찬가지다. 영광군은 이번 선거를 위해 14억6700만 원을 선관위에 관리 비용으로 냈다. 곡성군도 10억7800만 원을 썼다. 영광에선 전임 강종만 군수가 2022년 지방선거 때 금품을 건넨 탓에 재선거가 열렸다. 곡성 역시 이상철 전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상실했다.

잘못은 정치인인 두 군수가 했는데, 25억 원이 넘는 선거 비용은 영광군, 곡성군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선거 비용은 크게 선관위가 쓰는 투·개표 관리 비용과 후보들이 쓴 선거운동 비용을 나중에 돌려주는 보전금 등 두 가지로 구성된다. 15% 이상 득표한 후보자는 선거 비용 전액을 돌려받는데, 이 보전금은 지자체가 낸 예산에서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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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유턴 지원…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돌아오겠나[동아시론/양준모]

한국 기업의 유턴이 지지부진한 것과는 달리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은 세제와 지원금 혜택을 강화하며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회귀)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애플과 인텔은 미국으로, 도요타와 혼다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리쇼어링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리메이킹 아메리카’의 기치를 내걸고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시작했고 2011∼2019년 복귀 기업의 수가 3327개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면서도 리쇼어링 정책은 중단 없이 이어졌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을 통해 자국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의 자국 내 투자까지 적극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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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을 다문다” [김선걸 칼럼]

코리아게이트.

1976년 미국 워싱턴 정가가 동양의 작고 가난한 나라 ‘KOREA’ 이야기로 들끓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신문의 1면을 연일 장식했고 한미 정부가 정면 충돌하는 초유의 외교 갈등까지 갔다. 한국 로비스트가 미국 의원들에게 거액을 뿌려 포섭했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故 박동선 씨다.

박 씨는 조지타운대를 졸업하고 사교클럽을 만들어 미국 정계 인사들과 교류했다. 당시 부통령, 하원의장, 상원 원내대표 같은 거물들과 어울렸다.

지난달 그가 별세했다. 부음을 듣고 오래전 그를 몇 차례 만나 취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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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아래, 사람이 살고 있다 [삶과 문화]

휴일을 앞둔 퇴근길, 때마침 난 자리까지 운 좋게 차지하고 앉으니 슬쩍 웃음이 났다. 소소한 행운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안하게 울리는 휴대폰 소리. 퇴근 후에는 영 반갑지 않은 회사연락인가 구시렁거리며 보니, ‘국경없는의사회’에서 긴급구호 도움을 청하는 문자메시지였다.

이미 열흘 전 기준으로도 104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900명이 사망, 이제는 120만 명의 피란민에 2,300명 사망. 결코 아름답지 않은 숫자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폭격 내용이 상세한 외신까지 이리저리 뒤져서 읽다 보니 대책 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려 이를 악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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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안보 위험, 일단은 말조심부터

미국의 한 외교전문지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한국전쟁 이후 가장 높다는 글이 실렸다. 미국 전문가들이 걱정할 정도로 남북이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으니 안보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도 정부는 태평하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늘 존재”했다며 동문서답을 한다.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터이고, “한·미 동맹은 건전하고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서 튼튼”하단다. 인식부터가 안이하다.

대통령도 그렇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거란다. 북한이 수십개의 핵무기를 한국을 향해 사용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1945년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을 생각해보면, 북한의 핵무기 공격 능력은 가공할 수준일 거다. 1945년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20만명 이상이 죽었지만, 서울 상공에서 핵무기가 터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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