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조삼모사와 조사모삼은 엄연히 다르다 [뉴스룸에서]

이정훈 | 사회정책부장

인도의 펀자브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주정부는 농부들이 물과 전기를 공짜로 쓸 수 있어 과다하게 물을 자기 농지에 끌어들임에 따라 지표수 고갈을 염려했다. 이에 2010년 1월 전기에 요금을 부과하고 대신 그만큼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농민협회(영향력이 매우 큰 단체다)는 주정부 조처를 믿지 않았고 극렬히 반대했다. 결국 10개월 뒤 이 정책은 철회됐고, 주정부 재무장관은 물러나야 했다. 8년 뒤 옛 재무장관이 돌아와 이번엔 정책 순서를 바꿨다. 보조금을 먼저 지급하고, 전기 요금을 물리기로 했다. 이마저도 전면 시행이 아닌 시범사업을 통해 차근차근 시행했다. 반발은 누그러졌고, 정책은 대상을 서서히 넓혀가며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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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운전대를 놓으려면 [똑똑! 한국사회]

양창모 | 강원도의 왕진의사

방문진료 갔던 늦은 오후. 할머니의 표정이 좋지 않다. 팔십대 노부부 사이가 팽팽하게 날이 서 있다. 넌지시 할머니에게 물었다. “오늘, 시내에 나갔다 오셨나 봐요?” “어떻게 알았어? 약 타러 갔다 왔어.”

배산임수.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집 마당. 장독대 너머로 멀리 펼쳐진 호수를 내려다보고만 있어도 마음에 평화가 깃드는 곳. 거기에 사는 부부는 할머니가 시내로 가 약 타고 온 날만 되면 꼭 부부 싸움을 한다.

이십여년 전 이곳의 풍경에 반해 주택을 지어 이사 온 날은 할아버지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자 할머니의 고행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무릎 관절염 4기에 진입한 할머니는 그 무릎으로 한달에 한번 약 타러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간다. 자가운전자인 할아버지는 시내까지 가진 않고 익숙한 동네 길만 운전했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할아버지가 차로 데려다주고 마중을 나오니 그나마 괜찮지만 싸우는 속내는 따로 있다. 몇년 전 이곳의 시골 버스가 대대적인 개편을 했다. 큰 버스가 조그마한 마을버스로 바뀌었다. 할머니는 큰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갈 때는 빈자리가 있어 앉아 갔다. 하지만 버스가 작아지면서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매번 버스를 탈 때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시간 내내 서서 갈 때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무릎에서 쏘는 통증이 올라올 때마다 멀쩡한 서울 집 팔아 시골 와 살자고 한 할아버지 얼굴이 떠올라 집에 돌아오자마자 부부 싸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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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k-방산수도 대전, 방위사업청 없이도 가능한가?

최근 국방부가 방위사업청(방사청)의 연구개발(R&D) 기능을 대폭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K-방산수도 대전’ 구축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전시는 2022년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 선정과 함께 2026년까지 방위사업청 이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K-방산수도 대전’ 실현하고, 국방 드론 산업을 중심으로 국가 전략 산업을 육성하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방사청 기능의 축소 및 국방부로의 이관이 현실화될 경우 대전시의 방산산업 성장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방사청의 대전 이전은 단순히 기관 하나가 옮겨오는 차원을 넘어, 과학기술 인프라와 방산 관련 연구기관들을 활용해 대전이 국방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크다. 특히 대전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여러 정부출연 연구기관, 방산대기업 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집적된 지역으로, 방사청 이전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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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약과의 전쟁, 그 끝은

뜬금없지만, 10년 전 중학생 시절에 유행했던 음식 중 하나가 ‘마약 옥수수’였다.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이 중독성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표현인데 어린 나이었지만, 이 뜻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어 음식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단지 “그 정도로 중독성 있나?“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마약 핫도그…음식에 중독성을 표현하고 싶으면 죄다 마약을 붙였다.

이 외에도 마약 밀거래를 소재로 한 영화, OTT 서비스 등의 콘텐츠가 대거 나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청소년에게 ‘마약’의 경계심을 허문 요소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전문가들도 앞서 언급한 표현과 문화들이 사회적 정서상 불법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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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파이낸셜] 창업주의자

우리나라에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최초로 탄생했다.

이미 예전에 맨부커상을 탄 그녀의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은 경험으로 창업주의자를 연상시킨다.

현재 세계에서 진행 중인 전쟁과 급격한 기후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나라의 경제 환경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고 산업의 변화 또한 더욱 거침없이 밀려들어 어려움을 더해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52%의 인구가 몰려있는 과밀화로 인해 각종 부작용이 이미 한계치를 넘어 마치 육식주의자처럼 기름진 부위만을 먹어 치우는 것으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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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특허 전문가와 산업경쟁력

영국 산업혁명의 기반이 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에 대한 기술은 1769년에 특허받았다. 지금부터 250여 년 전 일이다. 이후 100년이 흘러 다양한 국가의 발명가들이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신의 발명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제 조약으로, 국제적으로 특허권을 보호하기 위한 파리 조약 1883년에 체결됐다. 이 시기는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해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 출원해 자신의 발명을 보호하고자 한 시기이다. 파리 조약은 국제 무역과 기술 교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다시 90년이 흘러 발명의 국제적 보호를 위해 파리조약에 근거해 1978년 발효된 조약이 특허협력조약(PCT)이다. 이 조약을 통해 동일한 발명에 대해 다수국에서 특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출원 비용과 절차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게 됐다. 2004년 특허출원 절차를 단순화하고 통일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PLT 국제 조약이 발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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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게임 공습에도 집토끼 잡기 바쁜 문체부 [기자수첩-산업IT]

몇 달 전 국내 게임 시장을 술렁이게 했던 게임이 있다. 중국 신생 제작사 게임사이언스의 콘솔 게임 ‘검은신화: 오공’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 신화 서유기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출시 나흘 만에 1000만장을 판매하며 흥행 반열에 올랐다. 동시 접속자 수는 한때 300만명을 뛰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오공에 “게임업계 사상 가장 빠른 1000만 데뷔작”이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붙여줬다.

일각에선 게임의 판매량이나 동시 접속자 수가 내수에만 집중돼 있어 글로벌 흥행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초기 판매량의 80~90%가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며, 스팀 리뷰 내 중국어 비율이 90% 이상이기 때문이다. 오공의 성적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으나 아무렴 어떤가. 오공은 북미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던 콘솔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고, 모바일 강자로만 취급되던 중국 게임 산업의 현주소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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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의 인사이트] ʹ윤석열 당선ʹ, 정당성이 흔들린다

[이충재 기자]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명씨의 여론조사 의혹은 크게 세 개의 시기로 구분됩니다. 첫 번째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사퇴 직후부터 국민의힘 입당 때까지입니다. 당시 명씨가 사실상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는 PNR에 의뢰해 10여 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모두가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윤석열과 이재명의 격차가 다른 조사보다 유난히 큰 여론조사가 종종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두 번째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시기입니다. 뉴스토마토가 공개한 녹음파일에서 드러났듯 명씨는 노골적으로 윤 후보를 홍준표 후보보다 2~3% 높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조사는 비공표조사였지만 후보캠프들과 지지층사이에 공공연히 공유되는 점을 고려할때, 조작된 여론조사가 윤 후보 여론전에 활용됐을 공산이 큽니다. ‘명씨 여론조사’는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까지 계속되는데, 이 시기 조사도 의혹이 제기됩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극적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명씨가 고령층 가중치를 높여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들도록 지시한 녹음파일이 노컷뉴스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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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코스모스와 카오스 미로찾기

나이가 들수록 생기는 단점 중 하나가 살아온 과거의 어떤 픽셀들은 점차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편안했던 적은 없지만 요즘 들여다보는 우리 정치는 이랬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무수한 국가적 난제 앞에서 여야는 물론 집권당과 대통령실이 서로를 탓하기 바쁘다. 남 탓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를 덮기 위함이라고 했던가. 그러다 보니 부쩍 경직된 사고와 과도한 권위에의 의존이 두드러진다. 대통령 말씀이니, 영부인 말씀이니, 당대표 말씀이니 하는 것들에 호가호위하는 이들이 판을 친다.

우리 정치는 미로에 빠졌다. 코스모스(cosmos)와 카오스(chaos)와 사이 어딘가에서 허우적거린다. 코스모스는 우주와 자연세계가 법칙과 조화를 이루며 조직된 상태를 말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이 개념을 통해 세상을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질서로 설명하려 했고 그의 관념론은 몇 세대 뒤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에, 더 나중에는 기독교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당연히 정치세계가 코스모스일 리는 없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코스모스 세계에선 여러 정통종교에서 보듯이 상충하는 관점의 자유로운 대결이 허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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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우보세]

윤석열 대통령이 곧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독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권력자와 집권여당의 수장 단둘이 마주한다.

만남을 앞두고 한 대표는 불편할 수 있는 요구를 던졌다. “공개 활동을 멈추라.”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침묵 중이다. 용산과 여의도는 폭풍전야다.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지금까지는 누구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독대의 결론은 어떻게 날까.

독대는 정치의 오래된 풍경이다. 사전적으로 독대란 ‘벼슬아치가 다른 사람 없이 혼자 임금을 대해 정치에 관한 의견을 아뢰던 일’을 말한다. 즉 독대는 곧 권력을 전제로 한 만남이다. 임금과 신하가 마주하던 그 자리에 이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앉는다. 권력의 정점에서 벌어지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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