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가

“이제는 병사들의 군번줄이 필요 없어졌어요.”

올봄까지도 추위와 포탄을 뚫고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을 취재했던 김영미 PD가 말했다. 드론이 병사들의 머리 위에서 폭탄을 터뜨려 살상하기 때문에 군번줄은 죽은 자의 목에 걸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 끔찍한 것은 이런 시신들에서 장기를 채취해 파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도 체온이 남아있던 누군가의 생명이 다른 사람에게는 돈으로 환산된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양국의 사상자가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최근 나왔다. 100만이라는 엄청난 숫자로도 비극의 규모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전쟁이 모두에게 비극인 것은 아니다.

[Read More]

ʺ그래서 기자를 하고 싶은 학생 없나요?ʺ

전공생 진로 탐색 특강을 위해 기자 출신의 강사분을 초청한 적이 있다.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셔서 그런지 전공 분야 전반의 직무와 전망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짧은 특강을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에 수줍어하는 학생들을 대신해 내가 던진 질문이 있었다. “만약 자제분이 미디어 관련 전공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잠시 당황하던 그분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미 아이들한테 아빠는 공대 가는 거 아니면 등록금 대줄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학기에 담당하는 수업 중 하나는 저학년을 위한 개론 수업이다. 신문, 출판, 라디오, 방송, 광고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전공의 전반적인 소개로 구성된다. 그중에서 신문과 관련된 주제는 전체 15주 수업 중 4주간 이루어진다. 과연 수업 구성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은 수년 전부터 계속해왔다. 제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공 역사는 저널리즘 교육이 큰 부분을 차지했었지만, 진로 희망을 조사했을 때 기자를 꿈꾸는 학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신문기자는 방송 PD보다 선호도가 떨어지기 시작했었지만, 최근에는 두 가지 직종의 선호도를 굳이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Read More]

자격없는 KBS 사장 후보들, 이사회도 문제다

차기 KBS 사장 공모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역대 사장 공모 과정이 시끄럽지 않은 경우가 손꼽힐 정도지만 이번엔 유독 정도가 심하다. 특히 지원한 인사들의 면면을 뜯어보면 과연 이들이 공영방송 수장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프로그램 방송은 막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은 극우 유튜버에게 맡기며 공영방송의 경쟁력을 끌어내리고서도 버젓이 재임 도전에 나선 현 사장(박민), 그 사장 밑에서 기사에 ‘한중일’은 ‘한일중’으로, ‘전두환 씨’가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통일하라고 지시한 방송주간(김성진),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에서 대통령 부인이 받은 명품 가방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부르고도 여전히 9시뉴스 진행자 자리를 꿰차고 있는 현역 앵커(박장범), 여기에 원래 꿈꾸었던 방송사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지원했다(!)는 전직 기업 임원(김영수)도 있다.

[Read More]

[fn사설] 풀리지 않는 전력망 갈등, 국가는 뭐하나

경기도가 다음 달 초 행정심판위원회를 열어 하남시와 한국전력의 전력 분쟁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 8월 하남시는 한전이 추진해온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증설안을 공공복리 증진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한전은 하남시의 불허 처분 전면 취소를 요구했고, 경기도는 결국 행심위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행심위가 하남시 손을 들어줄 경우 동서울변전소 공사는 하세월이 될 수 있다. 동서울변전소가 막히면 한전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전력공급망 확충은 한시가 급한 국가과제인데 이렇듯 안일하게 다뤄서 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Read More]

[fn사설] 노벨 경제학 수상자 한국경제 극찬, 도취되진 말아야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는 과거에 거론됐던 지정학적 요인들보다 제도에 있다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국가일수록 경제성장과 국가번영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정경쟁을 추구하는 제도가 소수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착취적 제도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이다.

이런 제도적 비교는 남북한의 경제성장 격차를 비교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공동 수상자인 로빈슨 교수는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이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수출지향적 경제가 국가 내에서 경쟁과 효율화를 압박해 성장을 촉진했다는 평도 내놓았다. 고무적인 건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장을 일궈온 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점이다.

[Read More]

[차이나 톡] 한강, 천카이거, 장이머우

영화를 본 지인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그들은 ‘패왕별희’의 그 천카이거가 맞냐며 불만들을 쏟아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패왕(항우)과 별희(항우 애인) 역으로 우뚝한 경극 스타로 성장한 두 남자가 겪는 사랑과 질투, 배신과 미움을 슬프지만 화려하게 그려냈던 그 거장이 맞냐는 반문이었다.

한 중국인 지인은 “역사적 수레바퀴 속에 광분하는 권력의 야만성과 어처구니없음, 폭력 속에서 연민의 시선으로 역사와 인간을 성찰한 영화들을 가능하게 했던 그 시대가 그립다"고 말했다. ‘패왕별희’는 1993년 칸영화제에서 임권택의 ‘서편제’를 제치고 대상인 황금종려상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휩쓸면서 중국 영화의 가능성과 예술성을 세계에 알렸다.

[Read More]

[김용하의 실사구시] 유보통합, 결단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중앙단위 영유아 보육사무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정부조직법을 여야 합의로 개정하여 지난 6월 시행함으로써 유보통합 성공을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

유보통합이 지지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운영자 및 종사자의 이해관계 상충에 있다. 초등학교 입학 이전 조기교육 개념에서 시작된 유치원과 영유아 돌봄에 중심이 있는 어린이집은 태생부터 다르고 사회적 기능이 상이하여 교사 자격기준이 다르고 처우 수준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영유아에 대한 보육 및 교육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맞벌이가 일상화되면서 영유아에 대한 보육 및 교육은 더 이상 가정에서 담당하기 어려워졌다. 아이 키울 때 어려움이 초저출산의 제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유아 보육 및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Read More]

[서초포럼] 밸류업, 갈등 아닌 신뢰로 풀어야

기업도 마찬가지다. 자본을 투자한 주주는 회사의 장기적 성장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하며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주주 간 갈등과 대립이 불거지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의사결정 기능이 마비되면서, 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최근 상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보면서 자칫 주주 간 협력보다 갈등을 부추기는 것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이사 충실의무의 대상을 모든 주주로 확대하면 소액주주 보호가 달성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다.

[Read More]

32년 만에 꺼내본 과선배 한강의 시 [필동정담]

혹시나 그 시를 아직 소장하고 있을까 해서 집을 뒤져보았다. 이사할 때마다 몇 번을 버리려다가 도로 싸놓은 때 묻은 상자에서 시를 발견했다. 자필은 아니고, 타자기의 진화 버전인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글이었다. 제목은 ‘2월’. 어머니에 대한 시다. 이렇게 시작한다.

“나의 어머니, 쉰두 살, 윗입술이 잘 부르트시고, 반세기를 건너오시면서도 웃을 때면 음조나 표정이 소녀 같은, 아니 소년 같은 분. 고즈넉한 저녁 딸과 마주 앉아 마늘을 까신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풀피리 소리, 바람 찬 창으로 두리번거리던 딸은 소리의 주인공을 발견 못 한다. 이렇게 또 봄이 온다는 건가. 딸은 믿을 수가 없다. 구성진 가락은 다뉴브강의 푸른 물결, 윤심덕이 부른 노래.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총 8연으로 된 긴 시다. 뒷부분에선 어머니를 “그렇게 다치시고도, 벌집이 되시고도 상처로 진물 흐르지 않는 분”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Read More]

[기고] K-바이오 파운드리, 우리의 미래다

지난 10월 10~12일 대전에 바이오제조의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 전문가들이 대거 집결했다. 필자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합성생물학발전협의회가 과기부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주관하고, KAIST·한국생명공학연구원·충남대 등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개최한 ‘글로벌 바이오파운드리 얼라이언스(Global Biofoundry Alliance; GBA) 2024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 세계 19개국에서 31개의 바이오파운드리를 대표하는 43명의 소장 등 관련 전문가들 193명이 모였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발표된 한국 K-바이오파운드리 설립 및 운영 계획은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 합성생물학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글로벌 난제 해결을 위한 우리 바이오기술을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