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35년의 프로젝트

하나의 프로젝트를 35년 동안 이어올 수 있을까. 이상각 신부의 35년에 걸친 프로젝트는 한결같이 물 흐르듯 이어진 여정이었다. 그 여정 속에서 남양성모성지는 그가 바친 시간과 정성으로 차곡차곡 완성되어 갔다. 이 성지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그의 소명이 실체화된 공간이다. 그 덕분에 남양의 마른 땅은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페터 춤토어, 그리고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라는 거장의 이름을 품게 되었다.

1991년 성모성지로 결정된 지 20년 후인 2011년에 이상각 신부는 건축가 보타에게 메일을 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보타의 대성당이 남양에 만들어졌다. ‘건축가가 존경하는 건축가’로 유명한 춤토어는 본인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백지수표도 거절하는 건축가다. 만남 자체가 어렵다는 이 은둔의 대가가 살고 있는 스위스 작은 마을로 신부가 직접 찾아갔다. 이후 5년 뒤인 2018년 춤토어는 본인의 건축물을 남양성지에 만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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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 국감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20조 게임 산업

제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다뤄져야 할 굵직한 게임 이슈들이 몇몇 있었다. 게임물 사전심의 제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여부 등이다. 게임물 사전 심의 제도와 관련해선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데,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20만명의 청구인이 몰렸다. 게임업계 최대의 관심사인 셈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이슈는 게임업체들이 수년째 긴장하며 지켜보는 내용이다. 도입 유무에 따라 관련 산업 분야에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감에 참석해 게임 관련 의제를 다룰 예정이었던 참고인들은 잇따라 명단에서 제외됐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G식백과’를 운영 중인 김성회씨와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를 참고인으로 부를 예정이었다. 김씨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게임을 판정하기 위한 사전심의가 과도하다며 헌법소원을 낸 인물이다. 김씨는 종합국감 날인 24일로 출석 일정이 변경됐고, 이 교수는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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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IAL TIMES 제휴사 칼럼] 中디플레, 불치병은 아니다

중국의 경제난은 치유 가능하다.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만약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이가 있다면 필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지금의 병세를 방치한다면 저성장과 만성적 디플레이션에 못 이겨 불치가 될 수 있다. 일부 해외 전문가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믿지만, 모든 일이 믿음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지 않은가. 중국의 질병은 불치병이 아니라 단지 중증일 뿐이다.

부동산버블·부채 용인했던 중국 정부

치료에 앞서 증상을 보고 진단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보려 하지 않는 중국 정부는 질병을 치료할 수 없다. 임시방편적 진통제에 의존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병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1980~1990년대 일본에 나타난 증상을 중국은 최근 20년 동안 겪는 중이다. 그러나 중국은 장기 불황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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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무장하는 세계, 韓 무기 공급망 지키려면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전 세계 방산시장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방위 산업에서는 여전히 해외기술에 의존하는 부품이 상당하다. 부품 수급이 불안하면 완제품 생산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급망 관리가 그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다. 이에 군·산·학·연·정이 긴밀한 협력을 하면서 부품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2021년 무기체계 전체 국산화율은 77.2%에 달한다. 하지만 부품 국산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국산화된 방산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중소·중견기업이다. 이들은 언제든 해외 자본에 인수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해외 자본 유입 땐 국내 방산보다는 민수 시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산화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또한 방산 부품의 성능 검증을 위한 까다로운 테스트는 필수적이나, 여전히 해외 시험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국산화에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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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 Now] K스타트업의 순간이 온다

한국 문학이 노벨상을 받고, K팝이 전 세계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은 한국 음식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소위 ‘국뽕’을 느끼게 하는 K콘텐츠 전성시대다. 한국의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통하는 것은 한국이 선진국이 됐고 국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또 물질적 풍요만큼 이제 정신적 성숙과 세련됨이 뒤따라왔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급증하고 한국에서 살고자 하는 외국인은 늘어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을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 0.7명인 국가에서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대기업들이 점차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것도 한국의 미래를 어두워 보이게 만든다. 중국이 주요 제조업에서 한국을 따라잡은 것도 불안감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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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연금, 기간산업 장기 경쟁력 보존에 기여해야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백열화되면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가 향후 경영권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해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국가 기간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핵심 기업을 위협하는 단기자본을 돕는 결과를 초래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하고 있다. MBK·영풍 연합과 현 고려아연 경영진 측 다음으로 큰 지분율이다. 이러한 지분 구조하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향후 주주총회에서 결정적인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양측의 경영권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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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전망 비웃는 북·러밀착 어디까지

우크라이나는 882년 ‘키이우 루스’라는 초기 국가 형태로 슬라브 민족의 구심점이었다. 하지만 키이우 루스가 1240년 몽골 제국에 의해 무너진 뒤 우크라이나인들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 때까지 독립 국가를 갖지 못한 채 러시아에 종속됐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가 혁명으로 무너진 혼란을 틈 타 1917~1921년 ‘우크라이나인민공화국(UPR)‘이라는 이름의 나라 경험을 짧게 했을 뿐이다.

그때도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어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에 의존했다가 이들의 패배와 배신으로 소련에 흡수되는 비운을 맞았다. 이후 소련 내 15개 공화국 중 하나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2월 24일 ‘특별군사작전’ 개시 전날, 전쟁 이유를 밝히면서 우크라이나를 ‘인공적 산물’이라고 폄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국가로 만들어준 것을 소련 창시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실수’라고 했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은혜를 잊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통해 비수를 꽂으려는 것을 단죄한다는 게 푸틴의 전쟁 논리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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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ion] Korean police seek paradigm shift in policing

By Choe Ju-weon

Director general of Korean National Police Agency Future Policing Policy Bureau

Visitors to South Korea are often astonished by how safe the country feels – whether walking around at any time of the day or leaving a phone or wallet unattended in a cafe. Korea ranks well on numerous recent global safety rankings for personal security, and many cite the country’s stable public safety as a reason for living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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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어떻게 실패하나 [왜냐면]

김원섭 |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정부가 연금개혁의 재개를 위해 제안한 개혁안은 세가지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보험료는 13%로, 소득대체율은 42%로 인상한다. 연금 급여의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다. 둘째, 보험료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한다. 셋째, 다층 연금체계를 개선한다. 하지만 연금개혁의 성공을 낙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정부 개혁안은 지금까지의 연금개혁 주요 방향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첫째, 연금개혁의 목표가 적절하지 않다. 개혁안은 재정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보험료는 인상하고, 급여는 자동조정장치로 삭감한다. 연금 급여는 물가에 맞춰 인상해야 시간이 지나도 실질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번 개혁안은 급여의 물가연동을 거의 정지시키는 것이다. 이 조치가 연금 급여를 상당 부분 삭감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국민에게 큰 희생을 요구하는 이러한 조치는 연금재정 파탄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를 반영한다. 이들은 인구 고령화로 국민연금이 파산할 것이고, 후세대는 보험료 폭탄을 맞을 것이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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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도 괜찮아 [똑똑! 한국사회]

손자영 | 자립준비청년

18살에 보육원을 퇴소하고 자립해야 했을 때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느낌이었다. 보육원에서 17년을 지내며 오랜 시간 많은 규칙 아래 단체생활을 하다가 앞으로는 모든 것을 나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막막함과 두려움이 매서운 파도처럼 다가왔다. 이 많은 시련을 견디기에는 나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작은 배에 불과했다.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해 노를 두 손으로 꽉 잡았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랐다. 짙푸른 바다 아래를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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