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크고 눈이 맑은 여학생 Y가 타이핑 아르바이트를 해주었다. 인쇄를 해오면 여백을 이용해 고치고, 그것을 다시 타이핑해달라고 부탁하는 일의 반복은 인내를 요했다.”(「작가의 말」, 『채식주의자』, 273쪽)
두 번째 장편 『그대의 차가운 손』을 출간한 뒤, 한강은 2002년 겨울부터 『채식주의자』의 연작이 되는 중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집필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연작소설의 앞에 들어가는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은 컴퓨터 대신 손으로 써야 했다. 손가락 관절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한동안은 아예 작업 자체를 할 수도 없었다. 손가락에서 시작된 통증은 손목으로 번져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너무 아파서 백지 한 장을 채울 수 없었다고, 힘겨웠던 당시를 그는 나중에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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