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이 수십 년간 쌓아올린 남북 협력 결과물을 연달아 폭파하며 선대의 통일 유훈을 사실상 폐기하고 나섰다. 유훈 통치로 세습을 정당화해 온 북한 정치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판돈’을 키우는 동시에 수해와 잇단 실정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아보려는 계산이 깔렸다.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돼주고 있는 러시아도 김 위원장의 도박에 군불을 넣고 있다.
16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남북 협력 시설을 순차적으로 폐기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시설(철거),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폭파), 경의선·동해선(폭파)이 각각 시차를 두고 폭파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남북 관계를 개선해도 경제적으로 얻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별개의 국가로 미국과 대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고, 미국의 리더십 교체에 앞서 직접 ‘판돈’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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