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 편
지난달까지는 연락하는 사람마다 배추 이야기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넌 몇 포기나 살았니?” “우리는 세 번에 걸쳐 600포기는 심었을 텐데 살아남은 게 별로 없지 뭐야.”
주변에서 배추 농사가 어렵다는 소식이 어마어마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9월 초 처음 심은 배추가 일주일 만에 죽어버려 열흘 뒤 다시 심은 것까지 합치면 60포기는 심었다. 모두 한껏 오른 지열에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거나 벌레에게 먹혔다. 그중 자리가 마땅치 않아 남은 모종 몇 포기를 가지 밑에 주르륵 심었는데 그 몇 포기만 겨우 살아남았다. 내가 심은 건 배추가 아니라 개복치였을까? 차라리 추석이 지나고 심었다면 잘 자랄 수도 있었을 텐데, 이제 와서 배추를 다시 심기에는 모종이 없다. 배추가 잠시 머물렀던 자리에는 얄궂게도 음식물쓰레기 퇴비에서 틔웠을 참외 몇 포기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10월이 되자 거짓말처럼 가을이 됐지만 여전히 여름작물의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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